wirte. 경비원 님
덜컹, 땅에서부터 기묘한 울렁거림이 올라와 주변을 흔들고 있었다. 위태롭게 쌓여 있는 화물들이 떨어질 듯 말듯 휘청이며 간신히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크게 들려오는 엔진 소리, 제아무리 벽을 두드려도 멈추지 않는 검은 공간, 그곳에 갇힌 두 사람은 더 이상 도움을 청할 힘을 잃은 채 고립된 창고의 구석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일이 일어나게 된 경위나 사건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저 두 남녀는 언제부터인지 대체 누구의 계획인지도 모른 채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어느 화물트럭에 갇혀 운송되고 있었다. 이것이 ‘화물트럭’ 이라는 사실도 그저 덜컹거리며 귀를 아프게 울려대는 엔진 소리 하나만으로 유추하는 정도였다. 화물도 트럭도 어쩌면 운송 기구도 아닐 수 있다. 모든 것이 미지수인 공간, 두 남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 못 했다. ‘우리’ 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쿠사나기 리카이는 일정한 리듬으로 덜컹거리는 벽을 가볍게 쥔 주먹으로 두드려보고 있었다. 부딪히는 살과 쇠, 텅텅거리며 울려대는 벽 너머로 누군가 대답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저 너머에 누군가 있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 현실이 리카이라는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 정말로 누구 없나요?” 힘이 빠져가는 목소리로 리카이는 말했다. “제발, 아무나...”
“이제 됐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사토 린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둠에 깔려 서로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가라앉은 목소리, 심하게 덜컹거리고 울리는 공간 속에서 기댄 머리가 아파져 왔다. “우리가 있는 곳이 차 안이라면 분명 언젠가 멈출 거라고 생각해. 한숨 자고 일어나면 문이 열려 있을지도 몰라.” 긍정의 말이 겨우 새어 나온다.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는 여인의 모습을 그는 볼 수 있었을까, 서로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너머의 세상이 대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이렇게 두려움에 몰아넣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쿠사나기 씨, 무서워?” 린네는 한참 벽을 두드리고, 그 너머에 말을 걸어대던 사내를 향해 물었다.
“저는,” 리카이는 대답을 잠시 망설였다. “네, 무서운 게 당연하잖아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는 자신의 두려움을 당당하게 말했다. 덜컹, 또다시 차체가 흔들린다. 쿵, 창고의 문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상자 하나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흠칫, 몸이 떨리고 어둠 속에는 침묵과 사람의 실루엣만이 남아 있었다. 사내는 이전보다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편 채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여인은 그보다 조금 더 움츠러든 채 자신의 무릎을 손톱으로 꾹 눌러대고 있 었다.
“여기서 나라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면 쿠사나기 씨가 조금은 덜 무서워질까.” 린네는 어둠 속에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 말의 저의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 한 리카이는 린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둠 사이로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필사적이야.’ 언어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읽은 그는 생각했다.
“사토 씨는 무섭지 않다는 이야기입니까?”
“쿠사나기 씨가 무섭다고 한다면,”
“제가 무섭다면?”
“응, 난 무섭지 않아.”
드러난 무릎 위로 손톱자국이 깊게 남았다. 옅게 긁힌 살 갗이 시린 공기에 따끔거렸다. ‘어두워서 다행이다.’ 린네는 그리 생각했다. 철컹, 철문의 걸쇠가 흔들림에 움직인다.
“그럼…. 제가 무섭지 않다면요?”
“그럼 다행이야.”
대화가 맞물리는 듯 맞물리지 않았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리카이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내고, 린네는 뇌 언저리에 고인 눈물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비정한 세상만이 요란스러웠다. 덜컹,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덜컹, 떨어진 상자의 안에서 그 내용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상자의 전부, 텅 비어버린 상자는 무게감 없이 스스슥 하는 소리를 내며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춥지는 않으신가요?” 쿠사나기 리카이는 웅크린 린네를 바라보며 물었다. “… 아, 추워?” 사토 린네는 그 물음에 차분히 되물었다. 리카이는 잠시 입을 다문 채 그런 린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가 안 돼.’ 언어가 되지 못한 짧은 감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독한 헌신에 들이마시던 숨이 갑자기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추워 보이세요.” 결국, 그는 물음에 이기적인 대 답을 내놓았다. “당신이 추워 보여요.” 그 짧은 한마디를 남 긴 채 자리를 잡고 앉는다. 덮을 것도 마땅히 몸을 눕힐 곳 도 없는 공간에서 두 남녀가 몸을 붙인 채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가볍게 닿은 팔의 온기가 어색했다. 리카이는 뻣뻣하 게 굳은 몸을 풀어내리지도 못한 채 먼 곳을 바라보았다. 겨 우, 팔 하나가 닿은 주제에. 린네는 그런 그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뜬 채 무릎이 아닌 바로 옆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색 한 움직임, 숨소리, 덜컹거림, 굳어버린 사람의 체온. ‘하나도 춥지 않은데,’ 린네는 울먹였다. 정말로 무섭지 않았다.
사토 린네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손끝에 쥐고 있던 힘을 풀어내려 갔다. 팔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갈 곳을 잃은 손이 바닥에 손등을 향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 덜컹, 가까워지는 거리에 졸음이 쏟아져 내린다.
덜컹,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은 채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나아간다.
덜컹, 내려앉는 감정이 그렇게 숨을 쉬는 두 사람에게….
── 이후 두 사람은 그냥 카리스마 하우스에 무사히 배 달되었다고 합니다. 메데타시~!
( + )
“다행이다~ 죽는 줄 알았어.” “다행… 이네요….”
“안에서의 일은 비밀로 해줄테니까,”
“에엑, 에? 에?! 에에에에에?! 그러니까, 딱히. 저는, 저희 는 거기서…!”
“우후후~”
“… … 어라, 쿠사나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