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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夢中になって

    writer. 익존 님

    ……, 이번에도 그 꿈이군요.’

     

    아즐 아셴그롯토는 눈을 떴다. 깜빡, 깜빡. 검정과 흰색이, 어둠과 빛이 교차된다. 그리고 반복된다. 눈앞이 점멸되고 켜진다. 현실과 환상 사이를 가로지르는 의식이 그를 깊은 잠에서 깨웠다.

     

    꿈은 깬 순간부터 서서히 휘발된다고 하던가, 아즐은 통속적으로 일컬어지는 그 말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계속 엇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니 꿈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다. 몇 달, 몇 년에 한 번도 아니고 매일같이 똑같은 꿈이라니. 이제는 슬슬 악몽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각까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리에서 제때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협탁 위에 놓여있는 안경을 더듬더듬 찾았다.

     

    그는 무척 이성적인 남자다. 감정을 덮어두고 이성으로 위장하는 건 그의 주된 업무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사로운 환상 따위에 현실까지 매몰되는, 그런 일 따위. 아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화보다는 정치서를, 소설보다는 자기개발서를 더 애독하며 자라온 그 남자는, 어차피 상상에 지나지 않는 꿈 따위로 인해서 현실의 일에 지장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상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애당초, 꿈이란 상상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뇌의 농간 같은 게 아니던가? 그리고 어느 사람은 꿈이란 욕망의 창구라는 이야기를 했었지. 하지만 아즐은 그 말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그의 욕망이 최근 자주 꾸는 꿈과 연관이 있다면, 최소한 그는 이상성욕을 가진 변태거나,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그녀에게 관심이랄 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가 선택한 건 상식적인 대처였다. 비슷한 꿈을, 그것도 악몽과도 같은 꿈을 거듭해서 꾼다는 건 최근 수면의 질이 별로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부자리를 바꿔보거나, 베개를 바꿔보는 둥, 깊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기본적인 원인을 해치워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짓을 한다고 반복되는 꿈이 멈추지는 않았다.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차를 마시거나, 자기 전 루틴을 바꿔보거나. 무슨 짓을 해도 끝나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꼭 누군가에게 저주라도 받은 것 같지 않나.

     

    아즐 아셴그롯토가 눈 밑에 퀭한 다크서클을 달고 라운지에 출석할 때마다 플로이드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제이드도 구태여 그가 피곤해 보인다는 입 밖으로 사실을 내진 않았으나, 홍차 대신 커피를 내려주는 (사실은 원하지 않았던) 배려가 그에게는 막 기쁘지만은 않았다. 아즐은 각설탕 하나 넣지 않은 커피를 위장에 때려 부으듯 마시면서, 피로한 눈가를 꾹꾹 누르는 것으로 일과의 절반을 보냈다. 슬슬 스트레스가 쌓였다. 사업자의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하면, 자신의 밑천과 결함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이렇게나 바보 같을 수가.

     

    그 남자는 객관화를 잘하는 편이었다. 다소간 자신이 잠을 설치는 이유를 아예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 이렇게 며칠간 꿈자리가 사나운 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은 그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왜인지……. 좋지 않은 일이 거듭해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원래 경사는 가끔가다 한 번 일어나고, 안 좋은 일은 켜켜이 겹쳐서 온다는 말이 있으니까. 아즐 아셴그롯토는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 그는 태어나 단 한 번도 막연한 행운이 등을 밀어준 적은 없었으니까.

     

    그는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에게 기대거나, 반쪽짜리 행운에게 기대는 건 무의미하다 믿었다. 하다못해 보드게임을 할 때도 늘 1의 눈금을 보는 남자. 그런 남자가 믿을 건 오직 나 자신 하나뿐이었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주사위 눈금이 6이 나오게 던지는 남자. 운 나쁜 인생에서 그가 만나는 것들은 대체로 그랬다. 머저리 같은 이유로 사람을 따돌리는 클래스메이트, 인생에 도움이라곤 쥐뿔도 되지 않는 다사다난한 일들.

     

    가령은 저번의 오버블롯 사건 말이다.

     

    아즐이 자신의 힘으로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은,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흠잡을 구석 하나 없이 완벽하다면 누구도 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겠지. 인간이란 원래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다. 탐욕스러운 이들은 다 소를 위해서 대를 잃기 마련. 어려서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인간의 민낯을 자주 곧잘 마주했던 그 남자는 누구보다도 인간의 욕망을 잘 알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설령 그것이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쉽게 잃어버린다는 건, 간절하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 빼앗기는 건 전부 자신의 탓 아니겠는가. 아즐이 조금씩 타인의 욕망을 모아서 자신을 이룬 계약서, , 극의는 눈 바로 앞에서 산산조각났다. 완전히. 과거의 수치를 덮으려고 저지른 일도 다 수모로 돌아갔다. 낡은 기숙사를 모스트로 라운지의 다른 지점으로 만드는 계획 역시도 산산이 무산됐다.

     

    결국 책임은 나의 것. 아즐은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전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수틀리는 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그리고, 사실상 이건 다……. 요즘 자신의 꿈에 나오는 바로 그 여자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쓸데없는 짓을 해서는, 아즐은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유일한 여자. 검은 마수와 함께 다니는 그, 감독생이라는 작자 말이다.

     

    꿈의 내용은 매번 같았다. 여자가 울고 있었다. 아주 서럽게 울고 있었다. 꿈의 풍경은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복도나 대식당, 아니면 라운지, 교실. 그때마다 배경은 다르다. 그러나 매번 상황만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주변에 사람도 매번 바뀐다. 가끔은 플로이드와 제이드가 있기도 하고, 하츠라뷸의 부사감이 있기도, 그리고 가끔은 디아솜니아의 기숙사장. 그리고 그때마다 다른 상황이 일어난다. 가끔 누군가가 폭주하고, 모두가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그 여자는 하염없이 운다. 그때마다 나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오직 꿈에서 나만이 생생하게 움직인다. 마치 외부인이라도 된 것처럼. 세이렌에게 매혹되는 뱃사람처럼. 죽을 걸 알면서도 물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현장감 넘치고, 아주 현실적이라서, 이곳이 꿈속이라는 걸 가늠할 수도 없다.

     

    그렇게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렇게도 미운 사람인데도, 나는 바보처럼 말을 건다. 괜찮은 게 맞냐고. 그러나 그 여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군다. 계속해서 말을 걸고 어깨를 흔들어도 나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눈물만 흘린다. 안녕하세요, 뭐 하시는 건가요. 같은 질문. 그러나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계속 서럽게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언성을 높인 채 우는 여자의 옆에 서서 계속 물었다.

     

    뭐 하는 겁니까?”

    …….”

    뭐 하는 거냐고요.”

     

    …….

     

    감독생 씨.”

    라파엘 트와이닝 씨!”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자, 갑자기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알게 되는 것이다. 이곳이 꿈이라는 것. 저 자신은 저 여자의 이름을 불러본 적 없다는 것. 그러면 가만히 멈추어 서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을 거라는 무력감에 전신이 지배된다. 그리고는, 가만히 깰 때까지, 울고 있는 저 여자를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즐 아셴그롯토는 하츠라뷸의 전신이 되는, 하트 여왕의 전설을 떠올렸다. 그 전설 속에서는 어느 소녀가 흘린 눈물로만 하나의 방이 만들어진다고 했지. 그리고 그 눈물은 바다를 이루고……. 그러니 그 여자의 슬픔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물속이라면, 수조에서는 내가 헤엄칠 수 있다.

    당신의 눈물이 가득 찬 방 안에서도.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자 잠에서 깨어났다. 분명 감정적으로 피로한 꿈이었는데, 감흥이랄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번 비슷한 꿈을 꾼다. 비슷한 상황, 비슷한 패턴, 그리고 똑같이 등장하는 나와…… 당신. 라파엘 트와이닝. 정오처럼 반짝거리는 밀밭을 가진 여자. 매번 다른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 당신. 그러나 실제로 그 여자의 눈물을 본 적이 있었나? 분명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서 라파엘은 언제나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슬프거나 괴로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런 내색을 보이진 않았다. 반면 아즐은 과거에 그녀 앞에서 한심하게 눈물을 보인 적은 있었더랬지. 그리 떠올리자 조금 답답한 심정이 되었다.

     

    아즐 아셴그롯토는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우리는 어떤 관계도 아닌데. 친구라고 할 수도, 동료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이인데도. 이런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해명할 수 없었다. 그는 감긴 눈을 감았다 뜨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자신의 눈가를 피로하게 짚으면서 얼굴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밤마다 그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인, 무력한 자신이 싫어졌다.

     

     

     

     

    오후, 아즐은 웬일로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라파엘 트와이닝과 마주쳤다. 그는 아는 척 하는 것도, 마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그 자리에 선 채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창밖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만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녀는 손을 쥐었다 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기라도 했다.

    아즐은 무심코 꿈에서 본 장면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그러자 저절로 발걸음이 그녀의 뒤편으로 옮겨 갔다. 꿈에서 그랬다시피.

     

    감독생 씨.”

     

    아즐이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잠시만요. 혹시 지금 울고 있습니까?”

    ?”

     

    한 박자 늦은 반응이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같은 대답을,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리는 라파엘 트와이닝은 자못 놀라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여자는 지금 속으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라파엘에게 울음을 참는 일은 습관과도 같았다. 현실에서도, 이 동화 속에서도 말이다. 누구도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사람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무심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라파엘은 조금 경계심 어린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한 번도 장벽을 낮춰본 적 없는데, 그곳을 침범하려는 그의 존재가 기껍지 않았다. 슬프게도, 라파엘은 누구에게 기대는 것보다 혼자인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이던 것이다. 울고 있냐는 그 물음은 라파엘의 나약한 구석을 흔들고 갔다. , “저에게는 기대어도 괜찮습니다.” 라는 말처럼 들리니까. 아즐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이 꿈이 아니라는 것도 그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으니, 지금도 꿈이 아닐까, 사실 아즐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 잠깐만요. 말이 헛나온 겁니다.”

    그게 무슨.”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꼭 감독생 씨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제가?”

    , …… 착각이었지만요.”

     

    라파엘은 입술을 꾹 물었다. 아즐의 말에 지금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요? 하고 진실을 고백하는 것보다 도망치는 게 더 쉬웠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내젓고는, 그의 옆을 빠르게 지나쳐갔다.

     

    미안해요. 이만 가 볼게요.”

    잠시만요. 뭔가.’

     

    아즐은 라파엘이 자신의 곁을 지나쳐가는 순간, 그 짧은 찰나의 동안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자신이 꿈에서 그토록 바라던 것은 울고 있는 라파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저 여자는 방금 정말로 울고 있었다는 것.

     

    두근, 두근, 두근,

     

    라파엘은 아즐에게서 멀어져 갈수록 걸음의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그녀를 쫓아가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기는 그저 그녀를 지켜보는 관찰자였을 뿐이나, 현실에서는 그녀에게 개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즐은 입 안이 썼다.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건…….

    사랑이라는 거군요.’

     

    끔찍하고도 매혹적인 것. 그는 진실을 마주하고 돌이 된 신화의 남자처럼, 다만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확실히 저 여자가 자신에게 아름다운 저주를 걸었다는 것. 아즐은 그날부터 그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간 꾸었던 꿈은 다 허상이었던 것처럼. 그 대신, 곧 환상처럼 뿔뿔이 흩어질 여자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즐 아셴그롯토는 라파엘의 슬픔 속으로 침범하고 싶었다.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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